디지털 혁신 큐레이션
지금,
디지털 리더가 되려면?
지난 레터에서 디지털 리더십 정의를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디지털 자산과 도구를 활용하여 팀을 이끌어 프로세스를 보다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십’이 그것이었습니다. |
얼핏 보면 여느 리더십 정의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리더십 근본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그간 많은 리더십 유형들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지시적 리더십, 권위적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자유방임적 리더십, 거래적 리더십, 관료적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 코칭 리더십, 친화적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 리더십, 비져너리(visionary) 리더십, 선도적 리더십 등등. 이렇게 많은 리더십 유형에도 ‘팀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한다’는 근본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디지털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팀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리더십의 근본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여느 리더십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근본에도 많은 유형의 리더십이 존재해왔다는 것은 그들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줍니다. 근본은 동일하지만 지금까지 명멸해온 유형들이 각기 다른 차이로 특정 시대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으로 선별되고 인정받아왔다는 의미입니다. 리더십 근본이 가장 극대화되는 특징으로, 방식으로, 그래서 다른 이름으로 존재했던 것이죠. 리더십이 갖는 같은 근본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따라 방식과 특징이 달라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리더라면, 리더십 근본인 ‘팀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 하겠다면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여 자신에게 체화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리더십은 어떻게 체화해야 할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이해 수준에서가 아니라 발휘하는 단계로 체화하기 위해선 그 '동인(Drivers)'을 알고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사람에 대한 집중
디지털 리더십을 작동케 하는 동인의 첫번째는 '사람에 대한 집중(People in Focus)'입니다. 역사적으로 리더의 관리 대상은 과업에서 사람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성과는 과업의 결과물이지만 사람의 몰입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해독해오는 과정에서 생긴 진화였죠. 이 과정에서 과업을 둘러싼 복잡함(Complexity)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제가능(Controllability) 정도에 따라 자원 배분에서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이 두 요소에 의해 사람에 대한 이해에 집중하는 자원 배분에서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시대 해결해야 할 과업들을 보면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분석, 조사, 파악할 수 있는 난해함(Complicated)을 넘어섭니다. 전문가조차도 원인과 결과 관계를 쉽게 알 수 없는 복잡한(Complex) 과업이 주를 이루고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조직의 60% 이상을 차지한 자신을 우선하는(Me-first) 세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헤아리던 기존의 렌즈로는 파악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조직인이라는 범주에서 예상하던, 그래서 가능했던 통제 역시 불가능해졌습니다. 사람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동인의 기초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율
두 번째 동인은 '자율(Autonomy)'입니다. 지금의 팀원들은 절대 자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합니다. 성장과정은 물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 수혜 기회, 그리고 디지털 생활에의 익숙함 등으로 생긴 자연스런 모습이죠. 이런 자유 의지는 자신에 대한 권능감으로 발산되고 있습니다. 주어진 업무 내용은 물론 과정에서의 참여, 그리고 결과에 대한 향유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용과 과정 그리고 결과에서 자신의 기대와 미스매치 된다고 판단되면 가시적인 대안 여부에 관계없이 조직을 떠나곤 하죠. 업무와 관련된 모든 직간접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 피력, 자신의 역할 참여, 자신의 몫 획득을 당연시합니다.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받는 것이 자가 발전된 동기부여의 시작입니다. 자율에 대한 욕구 충족이 동기부여의 근간이라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리더의 전문적 식견과 경험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업무에서 이들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탐색이 디지털 리더십이 갖춰야 할 두 번째 동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
세 번째는 '개발(Development)'입니다. 리더십 유형은 시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디지털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의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의 소산입니다. 기술 측면의 Speed, 사람 측면의 Self, 그리고 리더에게 요구되는 Soft가 이 시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리더가 단독으로 영웅이 되어 성과를 창출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팀원이 매일매일 체득하는 역량이 성과를 만드는 시대가 됐습니다. 급속한 기술 속도에 견줄 수 있는 것은 팀원들의 역량 체득 속도입니다. 그 속도를 만들고, 유지하게 만드는 리더 역할이 팀원 개개인에 대한 개발입니다. 개발은 리더의 관심만큼 이루어집니다. 우선순위 배정과 자원 배분의 권한이 리더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팀원을 향한 개발 자극을 가장 크게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역할이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리더라면, 환경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팀원 개발이 리더십의 중요한 동인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호연결성
네 번째는 '상호연결성(Interconnection)'입니다. 지금 리더가 창출해야 하는 성과는 사람, 비즈니스, 공급망, 기술, 네트워크 등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이루어집니다. 이런 상호연결성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반영되고 있습니다. |
핵심 이해관계자를 식별하고, 그들이 리더가 만든 연결 고리 안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을 초대하여 비전에 정렬시키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며, 협업의 매커니즘과 그 결과를 함께 나누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공유하며,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앞선 동인들이 작동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구요. 사람에 집중하여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이런 상호연결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개발의 자극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디지털 도구가 근본으로 활용돼야 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리더는 시대가 요구하는 유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술적 능력
자연스럽게 세 번째 동인은 '기술적 능력을 갖추는(Tech Competent) 것'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디지털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과 서비스 창출에 국한한 정의는 자칫하면 리더에게 자신은 무관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리더가 고객을 만족시키는 재화와 서비스 기술을 우선한다면 리더라기 보다 실무자에 가깝습니다. 그런 기술적 능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면 자신이나 조직의 발전에 심대한 저해 요소로 작용합니다. 앞서 언급한 세 번째 팀원 개발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급속한 기술의 발달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그 어떤 특출한 리더도 지금처럼 광속으로 변하는 디지털 기술을 혼자서 체득할 수 없습니다. 기술적 능력이 리더십 체화와 실행 차원에서 필요한 디지털 기술이어야 한다는 뜻인거죠. 늘 강조하지만 리더는 선수가 아닙니다. 코치입니다. 코치에게 필요한 디지털 기술은 필드(Field) 안에서 뛰는 선수에게 절실한 발기술이 아닙니다. 필드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수시로 선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소통에서의 디지털 기술입니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디지털 리더로서 그들이 익숙한 디지털 소통 기술을 체화하고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자 의무입니다.
신속성
여섯 번째 동인은 '신속성(Agility)'입니다. 신속성은 시장이, 기술이, 사람이 요구하는 시대상입니다. 신속성에서 뒤처진다면 그 어떤 경우에도 성과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환경이 신속하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익숙한 팀원들이 자신을 우선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soft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이전 리더들처럼 위계를 근간으로 보고받고, 지시 내리고, 피드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면 성과는 멀어집니다. 이런 시간적 여유가 반복되면 속도에 민감한 팀원은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이런 시간적 여유를 깨닫지 못하면 리더는 그 자리를 보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리더가 모를 리 없지만 그럼에도 고민은 존재합니다. 신속함이 가져다줄 수도 있는 실패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신속한 실행에서 예기치 않은 실패가 발생하면 그 뒷감당은 리더가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중함과 신속함 사이의 그 어떤 지점에서 조심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리더십의 근본과는 거리가 있는 지나친 안정적인 접근입니다. 신속함에 부작용으로 따라올 수 있는 실패를 예방하고 줄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리더의 시간적 여유가 아닙니다. 다수 팀원의 직접적인 참여가 해결책입니다. 팀원과의 상호 연결성, 그리고 그들에게 제공하는 자율이 신속성의 전제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혁신
일곱 번째는 '혁신(Innovation)'입니다. 환경이 주는 Speed를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혁신입니다. 변화는 현재 기준에서 발생된 편차 원인에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혁신은 잠재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춥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죠. 시간을 건너뛰어 미래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환경의 속도를 초월할 수가 있습니다. 혁신한 조직이 환경을 만들면 추종자는 그 환경에서 속도 싸움에 매몰될 따름입니다. 혁신 조직이 속도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죠. 이런 사실 때문에 모든 최고 경영자는 늘 혁신을 부르짖습니다. 리더에게 혁신하라고. 이는 디지털 시대에서 혁신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는 모습을 체험한 경영자로서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렇지만 경영자의 이런 당연한 요구가 리더에게는 일상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면 타성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이런 태도를 갖는다면 조직은 속도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팀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그래서 리더의 근본 역할을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경영자가 요구하기 전 선제적으로 혁신을 생각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 어렵게 속도를 따라가는 리더가 아니라 속도를 만드는 리더에게 혁신은 핵심 동인이 되어야 하는거죠.
소통
마지막 동인은 자연히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앞선 사람에 대한 집중, 자율, 개발, 상호 연결성, 기술적 능력, 신속성, 혁신은 모두 소통이 전제입니다. 소통이 없다면 이런 동인들은 그럴듯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거죠. 소통은 목적이라기 보다 이런 동인들을 실어 나르는 수단에 가깝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혈액과 같은 수단 말이죠. 환경의 Speed를 케치(Catch)하고 대응하는 것도, Self로 특징지을 수 있는 팀원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도,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Soft한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도 모두 리더의 소통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디지털 리더가 그 어느 때 보다 소통을 잘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리더십이 필수 유형으로 요구되는 시대, 진정한 디지털 리더가 되려면 이와 같은 여덟 가지의 동인을 체화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신은 어떤 동인을 체화하고 있을까요? 체화된 동인을 일상의 리더십 발휘에서 활용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그것들로 팀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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