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워 현장 보고, 로봇 보내 '뚝딱' 집짓기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 2월, 후베이성 우한시에 병원 두 곳이 문을 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훠선산(火神山) 병원은 그해 1월 23일 공사를 시작해 11일 만인 2월 2일 완공됐다. 다른 하나인 레이선산(雷神山) 병원 또한 1월 26일 착공해 2월 6일 완공까지 1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합쳐서 병상 수가 2600개에 이르는 병원 두 개가 ‘뚝딱’ 지어진 것을 보고 세계는 놀라움을 표했다.
이토록 빠른 완공 배경에는 건설 부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BIM(빌딩정보모델링)이 있었다. 당시 중국이 BIM을 통해 병원 건물 전체를 디자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로 알려졌다. 이후 구조 설계도를 제작하는 데도 60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BIM이란 3D 모델을 기반으로 건설 프로젝트의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 및 프로세스를 말한다. BIM을 사용하면 건물을 짓기 전 컴퓨터를 통해 미리 지어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 덕에 공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정 간 간섭을 사전에 통제하고, 공사 일정에 맞춰 각종 자재가 원활하게 공급되는지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게 가능하다.
중국 사례에서 보듯 건설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생산성 향상, 부가가치 증대 등을 이끌어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 등 각종 리스크를 줄이고, 친환경 이슈 같은 트렌드에도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디지털 기술 도입이 ‘선택’을 넘어 ‘필수’로 여겨진다. 건설과 기술의 만남인 ‘콘테크(Con-tech)’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산업재해 위험 줄이고, 친환경 건축 기회 늘리고
‘빌드세이프’가 개발한 건설 현장 리스크 관리 플랫폼. 공사 도중 작업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안전상 위험을 사전에 검토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솔루션이다. (왼쪽)
독일 업체 ‘컨쿨라’는 건설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자재가 얼마나 환경 친화적인지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BuildSafe 제공, Concular 제공]
스웨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빌드세이프(BuildSafe)’는 건설 현장 리스크 관리 플랫폼을 만들었다. 공사 도중 작업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안전상 위험을 사전에 검토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솔루션이다.
호주의 ‘FBR(Fastbrick Robotics)’가 개발한 ‘하이드리안X(HadrianX)’는 ‘벽돌 쌓는 로봇’으로 불린다. 외관을 보면 트럭처럼 생긴 몸에 팔이 달려 있다. 이 로봇은 차체에 벽돌을 싣고 건설 현장으로 이동한 뒤 팔을 이용해 적당한 위치에 벽돌을 쌓을 수 있다. 제어 시스템, 벽돌 전달 시스템, 동적 안정화 시스템 같은 복잡한 구성 요소로 이뤄져 있어, 초당 수백 회 자체 보정을 통해 벽돌을 정확한 위치에 놓는다. 인간에 비유하면 숙련공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11월 하이드리안X는 방 3개와 욕실 2개를 갖춘 단독주택을 ‘혼자’ 짓는 데 성공했다. 집을 다 짓기까지 걸린 시간은 3일에 불과했다. 호주 토목공학 전문가들은 이 집이 건축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내구성도 훌륭하다고 평했다. 이 로봇이 건축 현장에서 상용화되면 주택 공급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호주 FBR가 개발한 벽돌 쌓는 로봇 ‘하이드리안X’가 혼자 집을 짓는 모습(위). 멕시코 휴양지 칸쿤 일대를 측량하는 데 활용된 드론 ‘윙트라원’. [FBR 제공, WingtraOne 제공]
멕시코 정부는 자국 휴양지 칸쿤 개발을 촉진하고자 대규모 지적 측량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드론 전문 업체 ‘윙트라(Wingtra)’에 따르면 드론을 활용한 지적 측량은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윙트라원’이라는 이름의 드론은 비행을 한 번 할 때마다 4k㎡ 넓이를 측량했다. 이 방식으로 하루 평균 6회씩 비행한 결과 270k㎡ 면적의 도시의 지적 측량을 완료하는 데 19일이 걸렸다. 드론 기반 데이터 분석 및 검측 회사 어젠다 디지털(Agenda Digital)이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개월이 안 됐다. ‘윙트라’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측량에 소요되는 예상 시간을 최대 70% 줄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건설의 건축 공동주택 현장 데이터를 분석한 화면 [매일경제]
국내 기업도 최근 토지 측량 등의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널리 사용한다. ‘포스코건설’은 클라우드 기반 3D 지도 활용 애플리케이션 ‘POS-Mapper’를 국내외 건설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3D 지도는 용량이 커서 PC로 구동하거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포스코는 이를 해결하고자 건설용 드론 데이터 플랫폼 기업 ‘카르타’와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POS-Mapper’를 개발했다. 이 앱을 활용하면 현장에서 드론과 3D스캐너 등을 활용해 촬영한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려 사내 연구진 등과 공유할 수 있다. 전문가가 해당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다시 클라우드에 올리면, 즉시 현장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 덕에 포스코건설은 촬영, 데이터 분석 기간을 기존 4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했다. ‘POS-Mapper’의 3D 디지털 지도를 이용하면 공사 구간의 거리, 면적, 부피 등을 산출하고 공정 진행 상태와 변동 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