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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전쟁, 애플·구글·MS 누가 이길까 - 윤정원의 디지털 인사이트(2021.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헬스케어 산업은 고속 성장이 예상됐다.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 확대 등이 이유였다. 최근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진단과 치료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예방과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의 최근 행보를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로운 먹거리로 꼽고 있음이 뚜렷이 드러난다. 2018년 온라인 약국 업체 ‘필팩(PillPack)’을 인수한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약국 서비스 ‘아마존 파머시(Amazon Pharmacy)’를 출범했다. 소비자가 해당 시스템에 약물 복용 이력, 건강 상태, 알레르기 정보 등을 입력하고,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전송하면 아마존이 해당 약을 구해 집으로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약국에 방문할 필요 없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약을 주문하고 배달까지 받을 수 있다. 미국에는 의사 판단에 따라 하나의 처방전으로 여러 번 약을 탈 수 있는 리필(Refill) 제도가 있다. 위장약, 고혈압치료제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가 그 대상이다. 이런 환자들은 ‘아마존 파머시’를 사용할 경우 편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마존 파머시 메인화면 (출처 : 아마존 파머시)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음성인식기술회사 ‘뉘앙스(Nuanc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뉘앙스는 애플이 ‘시리(siri)’를 개발할 때 관련 기술을 제공한 업체다.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음성 인식 기술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뉘앙스의 한 소프트웨어는 의사가 환자와 구두로 상담한 내용을 인식해 자동으로 전자건강기록(EHR·Electronic Health Records)을 만들어준다. 의사가 해당 내용을 일일이 기록할 필요 없어 진료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뉘앙스를 의료 인공지능(AI) 분야의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업체를 인수해 자사 클라우스 서비스 ‘애저’ 서비스와 결합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의료 AI 분야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 애플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주요 기업으로 손꼽힌다. 구글은 2019년 11월 페이스북과 경쟁 끝에 웨어러블 기기 전문업체 ‘핏비트(Fitbit)’를 인수했다. ‘애플워치’로 유명한 애플은 보험회사와 손잡고 애플워치 데이터를 활용한 앱을 선보였다. 해당 앱은 운동 시간 확인, 수면 시간 점검, 각종 접종 알람 등 예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착용자가 운동 계획, 건강 검진 같은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도 제공한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워치를 활용한 건강 구독 서비스 ‘피트니스+’를 통해 홈 트레이닝 결합 구독모델도 선보였다. 바야흐로 글로벌 빅테크 업체 간 건강 데이터 확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휴대전화에는 의사가 산다, 원격진료 서비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지에서 원격진료 서비스도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원격의료 기업 ‘텔라닥(Teladoc)’ 고객이 미국 내에만 약 7000만 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텔라닥 앱에 기본 정보와 의료기록 등을 입력하고 본인 증상을 전송하면 보통 10분 내에 의사로부터 화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자동 전송된다. 해당 약국은 의약품을 고객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텔라닥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은 저렴한 비용이다. 미국 의료 환경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상당수 미국인이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린다. 텔라닥에 따르면 자사 시스템 이용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는 미국에서 보험 없이 대면 진료를 받을 때 내는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이 덕에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현지에서는 ‘진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텔라닥 이용자의 약 80%가 첫 진료로 약을 복용한 뒤 더는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원격진료 플랫폼 ‘핑안굿닥터’는 도심에 ‘1분 무인 진료소’를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업체는 약 3억 건의 온라인 의료 컨설팅 기록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AI 의사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는 거리에 설치된 증명사진 촬영 기계처럼 생긴 부스에서 영상을 통해 진료를 받는다. 이후 부스 옆 자판기에 구비된 100여 종의 상비약 가운데 필요한 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장에 없는 약은 휴대폰 앱으로 주문하면 한 시간 내에 집으로 배송된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이 시스템을 통해 환자는 시간 제약 없이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출처=핑안굿닥터 공식홈페이지)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 ‘바빌론 헬스’는 환자가 앱으로 자기 증상에 대해 질문하면 AI가 기존 의학 자료를 분석해 답변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일정액의 사용료를 지불하면 전문의와 화상 통화를 하며 좀 더 깊이 있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약이 된다, 디지털치료제(DTx)


디지털 의료 분야에서 최근 각광받는 또 하나의 아이템은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는 지난해 5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디지털치료제’를 선정했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앱, 게임,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외양은 소프트웨어지만 사용 목적이 질병 치료이므로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국가별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는 2017년 미국 ‘페어테라퓨틱스’가 만든 ‘리셋(reSET)’이다. 알코올·약물 중독 치료에 사용하는 12주 짜리 프로그램으로 중독 완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FDA 승인을 받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약물 사용 여부 등을 입력하고 앱을 통해 충동에 대한 대처법을 훈련한다. 페어테라퓨틱스는 2018년 마약성 진통제 중독을 치료하는 ‘리셋오(reSET-O)’, 2020년에는 불면증 치료를 위한 ‘솜리스트(SOMRYST)’ 등이 잇달아 FDA 승인을 받으면서 관련 업계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미국 기업 ‘아킬리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인데버Rx(EndeavorRx)’는 ADHD 치료용 게임이다. 지난해 6월 FDA 허가를 받은 이 게임은 ADHD의 다양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의 ‘일부’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사 ‘하이’가 만든 ‘마음정원’이 최근 국내 최초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마음정원은 정기적으로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불안장애 및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만든 메신저 기반 불안장애 치료제다. 하이는 현재 베타서비스 단계인 마음정원 상용화를 위해 올해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ICT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 의료기관보다 IT 기업이 발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아마존, 애플 등을 포함한 다양한 IT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치료 방식을 효율화하고 예방과 진단,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한층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의료 서비스 대상이던 환자와 고령인구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까지로 수요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 글 / 이노핏파트너스 윤정원 대표
| 정리 / 이노핏파트너스 마케팅팀
| 이 글은 '신동아' 2021.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