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히 아는 코끼리 우화가 있다.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시각 장애인 여섯 명을 불러 코끼리를 만지게 하고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코끼리 이빨(상아)을 만진 이는 무 같다고 하고, 귀를 만진 이는 삼태기 같다 하고, 다리를 만진 이는 절구라 하고, 등을 만진 이는 평상, 배는 장독, 꼬리는 굵은 밧줄 같이 생겼다고 했다. 각자가 만진 부분에 대해 전체 코끼리를 개별적으로 묘사하고는 그것이 코끼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우화에서 코끼리의 ‘부분’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고집하지만, 코끼리의 ‘전체’를 묘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필자는 이 코끼리 우화가 지금 우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보는 입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 기업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아마 코끼리 우화에서 앞을 볼 수 없는 주인공들의 답답한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각자 경험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범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필수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 그 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비대면(Untact)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변화로 인해 10년에 걸쳐 일어날 것 같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몇 달 만에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 많은 기업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Untact)은 사실 디지택트(Digital+Contact)라 할 수 있다. 고객과 기업 사이에 기술과 솔루션들이 있고, 모든 것들이 로그인(Log In)되어 데이터가 모이고, 그것이 인공지능으로 진화된다. 이 상황에서 적극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추진이 필요한데도 이를 추진하는 기업은 전체의 9.7%뿐이라 한다. 또한 아직도 개념조차 모르는 기업이 24.5%, 추진하지 않은 기업은 44.8%, DT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도 전담조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극히 소수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초기 이미 차근차근 DT를 준비해 왔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깜깜한 곳에서 거대한 코끼리의 일부만 보면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답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코끼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DT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필수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술(Technology)과 IT인프라 혁신 못지않게 임직원의 재교육과 공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원들도 디지털 혁신 추진을 리드하기 위해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필자가 진행했던 경영혁신 교육 프로젝트 중 한 기업의 임원은 디지털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니, 디지털 경영혁신에 앞장서야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의 임원들은 구글, 아마존 임원처럼 데이터 코딩부터는 아니더라도, 그 원리를 알아야 전략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이 중 기술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디지털 비즈니스 기회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알아야 할 오픈이노베이션이나, 플랫폼의 원리, 그리고 C&D 등의 내용은 리더십을 위해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이다.
다른 말로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임원 교육은 기존의 Why 단계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실행을 위한 What과 How가 포함된 교육이 돼야 한다. 직원들의 재교육과 재배치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며, 이러한 디지털 역량은 앞으로 경영혁신을 이끌어 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적용 능력은 개인차가 크다. 그 중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 조직역량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없는 실정에서 어떻게 조직원들을 업스킬링(Upskilling)하고 리스킬링(Reskilling)해 나갈지에 대한 전략은 필수이다. 모두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내부 직원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역량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맞추어, ‘핵심인재’라는 단어보다 ‘디지털 인재’라는 용어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실행은 조직 개개인의 의지에 힘 입는다. 의지가 생기기 위해서는 변화, 혁신의 성과에 대한 기대를 가져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다양한 각(Angle)을 잘 정돈해 우리 기업이 가지고 가야하는 혁신의 끝그림을 토대로 전사 교육을 진행 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 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고, 그 결과가 각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하고 공감할 때 의지가 생기게 되며, 의지가 있어야 실행으로 옮겨진다.
셋째, 실행을 위해 애자일(Agile)하게 일하는 방법, 애자일 리더십이 함께 가야 한다.
현업 부서와 DT를 추진하는 부서, 또는 기존의 IT 부서와의 원활한 협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정리한 문장인 ‘All is Connected’ 안에서 기술들 역시 서로 연결되어 지속해서 업그레이드돼야 하고, 비즈니스 역시 모두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만 한다. 산업 간 융합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때에 ‘조직 간의 벽’은 디지털 시대의 절대적인 방해요소이다. 물론 융합이 쉽지는 않다. 각 직무 간 특성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이들이 융합된 애자일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조직문화 모든 면이 같이 가야 한다.
A사 디지털 핵심인재 양성 프로젝트 사례(2020) / 이노핏파트너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경영혁신이다
앞서 발행된 DT로드맵 칼럼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다양한 각도를 살펴봤다. 기획 단계에서의 마인드셋부터 어떻게 조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지식을 현업 과제와 연결시키는지,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다시 말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체적인 경영혁신이며, 전사적인 변화 전략이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을 참여시킬 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할 때,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코끼리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만지는 다리가 전체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화의 여섯 명이 다르게 묘사한 코끼리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 제대로 된 하나의 코끼리를 그려볼 수도 있다. 이렇게 모아 근사치라도 나올 수 있다면, 여러 부서가 다르게 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모아서 우리 기업이 한 방향으로 정렬해 나아갈 수 있을 때, 앞으로 지속되어야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