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이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경영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전통적인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고객경험을 혁신하고 내부 운영프로세스를 바꾸고, 나아가 사업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포춘 500대 기업의 CEO와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70%의 기업들이 자신들이 수립한 DT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DT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 중 하나는 직원들이 DT 변화에 대한 올바른 사고방식 없이 현재의 조직 관행에 묻혀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추진한 결과다.
디지털 역량에 대한 투자로는 부족하다. 뉴노멀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하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전통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언번들링(Unbundling)* 하면서 조용히 기존 산업을 해체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결재판 문화로는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대마필태(必殆)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언번들링 예시 / 이노핏파트너스
DT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요구되는 마인드셋(Mindset)
국내는 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는 경영혁신 활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향후 기업의 흥망성쇠는 디지털 전환 결과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지난 3년간 여러 분야 기업에 컨설팅한 내용을 바탕으로 DT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네 가지 마인드 셋에 대해 짚어본다.
첫째, 디지털 도전과제의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새로운 변화에는 항상 반대가 따르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절박함의 부재가 타성으로 존재한다. 조직이 놓치고 있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관리의 타성이다. 즉 변화 필요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성에 맞서기 위해서는 도전과제를 인식해야 하고, 자신의 시작점을 파악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다. 조직의 고위급 리더들은 디지털 기술의 잠재적인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고 변혁 필요성에 대해 절박하게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성과를 향상시키고 고객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져보자.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의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작점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은 디지털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 디지털을 활용해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어떤 자산이 디지털 혁신으로의 성공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 본 후, 유무형 자산 및 데이터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동종업계가 아닌 타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학습하겠다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KB금융은 조직 체계를 기민한 팀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 조직으로 바꾸려 한다. 애자일 스쿼드는 세계최대의 금융그룹인 ING가 방대한 조직을 스타트업 수준의 기민성을 갖도록 2015년에 시작한 DT이다. 이때 ING는 벤치마킹 대상을 금융그룹이 아닌 넷플릭스(미디어서비스)와 스포티파이(음원서비스)에서 찾았다. 특히 금융권의 경쟁상대는 테크핀이라 불리는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ICT에 정통한 타 산업군에서 출몰하고 있다. 따라서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걷어내고 도움이 된다면 누구에게서도 배우겠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셋째, 디지털 기술이 활용됨에 따라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직원들의 두려움을 인식해야 한다. 직원들이 디지털 혁신이 자신의 직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는 이러한 두려움을 인지하고 디지털 전환 프로세스가 직원이 변화하는 시장에 맞게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할 기회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조직운영 프로세스와 보상에 대해 직원들 입장에서 명확하고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한다.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DT를 추진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허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을 넘기 위해서는 하나로 연결된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열린 대화가 가능해야 이른 시일 내에 기업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에 그 시작점이 되는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사례로 이노핏파트너스와 함께 교육을 진행한 A기업은 직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도록 고강도의 장기 교육을 진행했다.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고위급 리더들을 우선 참여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디지털 혁신의 방관자에서 혁신 주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정보통신기술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직원들이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변화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A기업은 교육 후 디지털 기반 혁신 실행력이 66% 증가했으며, 디지털 기술 지식 및 마인드 셋을 가질수록 비즈니스 기회를 보다 많이 인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디지털 기술지식과 비즈니스 기회 인지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최고 경영층의 혁신 인지가 높을수록 그 영향도도 컸다.
DT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라톤을 준비하는 자세로 4가지 마인드 셋 요소를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면 뉴노멀의 흥미로운 파고를 잘 넘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기업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AR·VR 등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업의 속성에 맞는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디지털 기술들을 잘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식과 마인드셋에 대한 실천이 절실한 때다.
/ (공저) 김성훈 이노핏파트너스 전문교수(KAIST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 이겨라 이노핏파트너스 책임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