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BNPL(Buy Now, Pay Later)'서비스가 열풍입니다. 현재 글로벌 소매유통 업계들의 마케팅 슬로건에서부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있는 키워드죠. BNPL은 고객이 구매를 원하는 상품의 금액을 상품 판매 주체에게 즉시 대신 납부해주고, 고객들에게는 일정 기간 조건의 무이자 할부로 구매 원금을 받는 서비스입니다. 신용카드와 BNPL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용도’의 요구 여부입니다. BNPL은 이용자들에게 신용도나 복잡한 절차 없이 일정 조건 기간 동안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다보니 금융정보 부족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주부 등의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파급력이 차츰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아마존이 BNPL 서비스를 하는 어펌(Affirm)과 제휴를 맺으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은 어펌과 협약을 통해 50달러 이상 가전, 가구, 패션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부로 후불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했는데요. 국내에서 BNPL 서비스는 아직 낯설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BNPL 개념의 소액 후불결제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후불결제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NHN과 토스 등 다른 업체들도 가세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현재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페이전쟁'이라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온라인 상거래 증가와 모바일 금융의 확산 덕분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쇼핑과 결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바일 간편결제의 이용 역시 함께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간편결제란 신용카드 등의 결제정보를 모바일기기와 같은 전자적 장치에 미리 등록하고, 복잡한 절차(ex. 공인인증서) 없이 생체인증과 같은 간편 인증으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서비스 일평균 이용 실적은 1455만건(4492억원)으로 2019년 대비 44.4% 증가했습니다. 2016년과 비교해서는 7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은 2015년 삼성페이의 출범으로 처음 시작되어 현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간편결제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발맞춰 롯데, 신세계, 쿠팡 등과 같이 온라인 쇼핑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유통업계도 페이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한편, 결제시장의 판도가 온라인 중심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변화함에 따라 큰 위기에 직면한 전통금융업인 카드사들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들과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업체들이 차 안에서 주문, 결제하는 ‘카페이’의 등장까지 현재는 '페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간편결제 데이터는 데이터 중에서도 가장 양질의 데이터입니다. 소비자의 성별, 연령대, 주요 구매 시간, 자주 보는 콘텐츠 등 소비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간편결제 데이터에 누적돼 있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쿠팡과 같은 유통 기업, 전통적인 금융사까지 모두 독자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죠.
이번 베네핏레터에서는 페이전쟁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 유통업체, 그리고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의 간편결제 시스템과 새로운 페이들의 출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빅테크] 오프라인까지 확대한 빅테크 간편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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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간편결제 시장의 2020년 일평균 이용금액이 4500억원으로 전년대비 41.6% 급성장했습니다. 2016년 100조원이 채 안 됐던 것에 비하면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한 것입니다.
지난 2분기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24조 5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65.5% 증가했고,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9조 1000억원으로 47% 성장했습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지난 2020년 4분기 결제액이 7조8000억원이었고, 올해 말 결제액 전망치가 9조4000억원 수준이었는데 벌써 이를 넘어선 것입니다.
2014년 9월 국내 최초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가 지난 11월 3일 ‘간편결제 기반 온라인 금융 플랫폼 서비스’ 기업 최초로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송금, 청구서 인증, 자산관리, 대출과 보험 등 금융사와 연계 서비스 등을 탑재한 카카오페이의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수는 3650만명에 달합니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2000만명에 육박하며 최근 12개월간 거래액은 약 85조원입니다.
간편결제 플랫폼 맞수인 '네이버페이'의 경우 가입자수는 약3000만명에 MAU는 1400만명 수준이며, 거래액은 2020년 기준 약 26조원입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데 이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나란히 후불결제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교통카드에 선불 충전금이 부족할 때 월 최대 15만원 내에서 후불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그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워 후불결제를 이용하지 못했던 금융이력 부족자(신파일러)도 후불교통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카카오페이의 간편결제에 후불결제가 도입된 것은 네이버페이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현재 허용되는 후불결제 한도는 작지만, 업계는 금융시장에서의 빅테크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대안신용평가 시스템(ACSS)이 정교화되며 빅테크발 신용공급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이란 기존의 금융정보 외에 통신과 쇼핑정보, 매출내역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것을 머신러닝 알고리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기술 등을 통해 분석한 평가기준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페이’는 ACSS를 활용, 소비자의 후불결제 한도를 산정할 예정입니다. 사실상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에서 외면 받던 1300만명에 달하는 신파일러들의 수요가 빅테크 결제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빅테크의 공습에 기존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런 긴장감이 금융지주들로 하여금 페이서비스 고도화로 페이전쟁에 가세하게 했습니다.
#2. [카드사] 적과의 동침으로 간편결제 맞불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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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금융기업의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각 사의 페이 서비스 호환을 가능하게 할 ‘오픈페이’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자사 카드 결제만 가능한 각 카드사 페이 앱을 타사 카드사에게도 개방해서 하나의 앱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호환등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처럼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고 카드사들이 연합에 나선 것은 급성장한 금융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후불 결제 서비스 시작으로 카드업계 영역을 침투하면서 급박해진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 2000년대 초반)가 빅테크 및 핀테크 플랫폼에 익숙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위기감이 심화되었습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지난 7월 모바일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2030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MZ세대 10명 중 9명이 핀테크로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간편결제 수단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6.2%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이라고 답했습니다.
(출처 : 한국핀테크산업협회 / 오픈서베이)
#3. [유통사] 밀리면 죽는다, 유통은 지금 페이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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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활성화로 인해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급증하자 최근 ‘자사 페이’를 만들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유통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페이 개발로 충성고객을 록인(Lock-in)하고 꾸준한 매출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유통업체들의 자체페이 개발현황과 특징 (출처 : MoneyS / 수정 : 이노핏파트너스)
■ 쿠팡의 ‘COUPAY(쿠페이)’
쿠팡의 ‘쿠페이’는 원터치 결제시스템입니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추가 인증과정을 반복해야 했던 전자상거래 결제의 번거로움을 없앴습니다. 결제를 위해 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계좌를 연동하면 터치 한 두 번으로 결제가 끝나는 형태의 페이먼트 시스템으로 간편함을 강화했습니다. 이런 편의성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 1000만명을 돌파한 쿠페이의 사용자 수는 현재 1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쿠팡 전체 거래액 13조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쿠페이는 빅데이터 처리 능력과 사용자 구매패턴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강점입니다. 특히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소비자의 평소 구매 패턴과 다른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비밀번호 입력을 추가로 요구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고객을 묶어 두고(Lock-in 효과), 결제 수수료 비용을 절감하면서 고객의 결제내역을 통한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1석 3조의 혜택을 얻은 셈입니다. 쿠페이의 단점은 쿠팡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해서 오프라인이나 다른 온라인몰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베이코리아의 ‘Smile Pay(스마일페이)’
‘스마일페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폭넓은 사용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자사 쇼핑몰인 G마켓, 옥션, G9 뿐만 아니라 마트, 외식, 패션, 뷰티, 레저, 교통 등 분야를 막론한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 등을 운영 중인 SPC 가맹점이나 GS25 편의점에서도 스마일페이 결제가 가능합니다. 신라인터넷면세점 결제시스템인 ‘신라페이’도 스마일페이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스마일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일로 묶인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경우 혜택이 배 이상 좋아지는 것입니다. 스마일카드를 일반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쓰면 결제액의 1%, 스마일페이를 통해 카드를 쓰면 결제액의 2.3%가 적립됩니다. 각각 일반 적립률의 3배, 8배인 셈입니다.
■ 11번가의 ‘SK페이’
이커머스업체인 11번가가 자체 간편결제서비스로 ‘SK페이’를 출시한 것은 범용성 확대를 위해서입니다. SK페이는 2012년 국내 최초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핀’에서 출발해 시럽페이, 11페이를 거쳐 지난해 6월 SK텔레콤의 휴대폰 결제서비스인 T페이와 통합해서 탄생됐습니다.
SK페이 연간 결제액 규모는 4조원 대에, 가입자 수는 1300만명에 달합니다. 통합 모델로 재탄생하면서 기존 T페이가 확보하고 있던 편의점, 베이커리, 외식 등 오프라인 가맹점 3만 5000여곳과 제로페이 가맹점 40만곳을 추가로 확보한 덕분입니다. 온라인에서는 11번가 외에도 CJ오쇼핑, 우체국쇼핑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현재 주요 유통기업 중에는 ▲롯데 ‘L.PAY(엘페이)’ ▲신세계 ‘SSG PAY(쓱페이)’ ▲GS리테일 ‘GS페이’ ▲위메프 ‘위메프페이’ ▲티몬 ‘티몬페이’ 등이 자체 간편결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애플리케이션 최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당근마켓’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당근페이’를 이번달 2일 제주 지역에 출시했으며, 연내 전국 확대 예정이라고 합니다.
#4. [Car Pay] 차안에서 손가락 하나로 상품주문, 결제, 수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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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에서 이른바 카페이(Car Pay)로 불리는 차량 내 간편결제시스템(ICPS·In Car Payment System) 도입 경쟁이 치열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가 늘면서 카페이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고,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 기기’로 진화한 덕분입니다.
르노삼성은 최근 출시한 2022년형 SM6에 차량 내 간편결제시스템인 인카페이멘트(In Car Paymemt)를 장착했습니다. 인카페이먼트는 차량 내 간편결제시스템으로 상품 구매부터 수령까지 차 안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에서 인카페이먼트로 구매 가능한 편의점의 상품을 선택하여 결제한 뒤 실시간 길 안내를 통해 해당 편의점에 도착하면 편의점 직원이 구매한 물건을 전달합니다. 인카페이먼트는 제휴를 맺은 편의점뿐 아니라 주유소나 주차장·카페·식당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카페이먼트 (출처 : 르노삼성)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카드, 현대오토에버와 협업해 작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차에 카페이를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에 GV80에 카페이를 첫 적용한 뒤 △G80 △팰리세이드 △쏘렌토 △아반떼 등의 모델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GV70에는 카페이와 연동된 지문인식까지 탑재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카페이는 SK주유소나 아이파킹 등 가맹 주차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추후 서비스 범위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카페이 작동 방식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각 자동차업체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를 등록하고 이후에는 비밀번호만 누르면 됩니다. 가맹점 입구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카페이 시스템이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차 안에서 터치 몇 번으로 주차비나 주유비를 결제할 수 있고, 편의점 상품의 경우 차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고른 뒤 해당 편의점에 도착해 직원한테 받으면 됩니다.
폰도 지갑도 없이 자동차에서 간편하게 결제 가능한 카페이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카페이 기능을 탑재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서는 스마트기기로 다양한 공간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되어 탑승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카페이 기능이 일반화되면 자동차 업체도 카드사 수준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므로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 큐레이터 / 이노핏파트너스 이혜숙 전문교수
| 글 정리 / 이노핏파트너스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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