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비, 퍼레고, 하이라이브… 고효율 맞춤형 교육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계는 ‘비대면 교육’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을 기존 교육 콘텐츠에 접목한 에듀테크(Edutech)도 주목받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존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는 관련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에듀테크의 성장 가능성은 최근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데이터연구기업 ‘Holon IQ’ 자료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18년 150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3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유행은 교육에 로봇, 홀로그램, AI 기술 등을 접목하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 개인교사 로봇 ‘로이비’, 맞춤학습 시대 열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인식할 수 있는 모양으로 제작된 교육용 로봇 로이비. [ROYBI 공식유튜브채널 캡쳐]
‘로이비(Roybi)’는 만 3세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어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용 로봇이다. 2019년 시사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00대 발명품’에 뽑힌 바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회사 이름 또한 ‘로이비’다. 엘나즈 사라프 로이비 CEO는 “교사 한 명이 20~30명의 학생에게 똑같이 관심을 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학생 각자의 요구에 맞는 개별적인 학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사라프 CEO에 따르면 로이비는 음성인식과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과 대화할 실마리를 찾아준다. 또 아이들의 정서 상태를 파악해 교사가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교육용 콘텐츠는 보통 게임 형식이다. 반면 로이비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인식할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개인별 학습 속도와 관심사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500개 이상의 학습 과정을 확보한 것도 로이비의 장점이다.
전공 서적이 모바일로 쏙! 교과서계의 스포티파이 ‘퍼레고’
영국은 교육 시장 규모가 크며, 전통적으로 콘텐츠 사업이 발달한 나라다. 또 유럽 및 영어권 시장으로 진출하기 쉬워 에듀테크 성장 잠재력이 탄탄한 나라로 손꼽힌다. 이미 유럽 전체 에듀테크 기업 가운데 25%가 영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특히 눈에 띄는 회사는 2016년 런던에서 설립된 ‘퍼레고(Perlego)’다. 퍼레고는 교과서 구독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으로, 프린스턴대 출판부·와일리 출판사 등 세계 2800여 개 출판사와 협업하고 있다.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구독자에게 디지털로 배급하는 방식이다. 퍼레고 구독자는 40만 권 이상의 책을 해당 앱에서 찾고 읽을 수 있다. 퍼레고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강자 ‘스포티파이’에 빗대 “교과서계의 스포티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퍼레고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눈으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덧붙일 수도 있다.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듣는 것도 가능하다. 학생들은 이 앱을 구독함으로써 막대한 교재 구매 비용을 절약하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을 반긴다. 출판사 쪽에서 보면 학생들이 다른 사람 책을 빌려 복사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어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홀로그램과 혼합현실(MR)로 더욱 실감 나는 ‘온택트’ 교육
홀로그램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에 가상을 접목한 혼합현실(MR) 교육 또한 진행되고 있다. 한양대 교육혁신단은 국내 최초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반 교육 시스템 ‘하이라이브(HY-LIVE)’를 개발했다.
텔레프레즌스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tele)’ ‘함께 있는 것처럼(presence)’ 느끼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참가자가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나 등장하던 이 기술이 기업 현장을 넘어 이제 교육계에까지 도입된 셈이다.
한양대가 개발한 하이라이브는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실물 크기 교수 한 명이 여러 강의실에서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학생과 대규모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교수를 초청해 학생들과 다양한 실험을 함께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양하고 생생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강의가 가능하게 된 건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세대(5G) 인터넷 서비스 덕분이다. 빠른 속도로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게 해주는 통신 기술이 개발된 만큼, 홀로그램을 활용해 교육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어민 강사 채용난, 로봇 교사 ‘페퍼’가 해결한다
교육 현장에서 AI 및 로봇 활용이 확대되면서 ‘사람 교사’의 핵심 업무가 달라지는 추세다. 단순한 지식 전달은 더는 교사의 주된 임무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학습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개인별 특성에 맞춰 학습 내용과 공부 방법을 관리해 주는 것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머잖아 티칭(Teaching)은 AI 또는 로봇이 맡고, 코칭(Coaching)은 사람이 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티칭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발전 속도가 빠른 건 영어 교육 분야다.
과거 아시아권 영어 교육의 중심은 문법과 독해였다. 최근에는 회화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영어 원어민 강사 채용이 어려워졌다. 글로벌 스타트업 ‘아카에이아이(AKAAI·아카)’는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AI 소프트웨어 ‘뮤즈 아카데미 모드’를 개발했다. 아카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에 맞춰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페퍼에 탑재하면 실제 수업 현장에서 학생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비원어민 교사도 영어 회화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학교의 교육 방향을 반영해 수업 내용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일찍이 ‘에듀테크’ 시대를 예언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축으로, 향후 AI를 활용한 교육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그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양대 ‘하이라이브’(왼쪽)와 로봇 교사 페퍼(오른쪽). [한양대학교 제공, 동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