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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로 여는 디지털 쇼핑의 새 세상 - 윤정원의 디지털 인사이트 (2021.0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전반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소비생활 패턴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분위기다.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면서 리테일(소매) 산업 변화를 재촉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38조 원 수준이던 한국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160조 원까지 늘었다. 2022년에는 2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 업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거듭하고, 오프라인 업체 또한 온라인 사업 확대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붙이면서 최근 리테일 업계 전반에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유료 회원제 프로그램 ‘월마트+’ 가입자에게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왼쪽) (출처 : GettyImage)
카카오는 인공지능(AI)과 큐레이션 추천 기술을 활용한 개인맞춤 상품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오른쪽) (출처 : 카카오 제공)



< 고객 유입 혁신 : 손가락 하나로 쇼핑 체험 >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접촉 최소화를 추구하는 ‘집콕족’이 늘었다. 이들을 위해 ‘손가락으로 모든 서비스 체험이 가능한 새로운 쇼핑’이라는 뜻을 담은 ‘핑거쇼핑’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과 큐레이션 추천 기술을 적용한 개인맞춤 상품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홈쇼핑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을 미리 체험하고 챗봇을 이용해 상담한 뒤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러한 서비스 도입 뒤 고객 불만이 10% 이상 줄고 20~30대 고객 유입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마트어라운드’는 사용자 위치, 연령, 쇼핑 취향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브랜드 및 상품의 매장 위치, 할인행사, 신제품 출시 등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객의 검색 및 구매 이력,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둔 제품 등 행동 데이터를 AI가 분석한 뒤 성별, 연령대 비교군 데이터를 융합해 추천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중저가 의류를 자주 구매한 20대 여성에게는 집 주변 의류 소매점을 추천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30대 남성에게는 스포츠 멀티숍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 배송 혁신 : 디지털 기술 이용한 더 빠른 배송 >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송 차별화는 곧 서비스 경쟁력이 됐다. 이에 따라 리테일 업계의 배달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유통 공룡’ 월마트는 지난해 아마존닷컴에 대항하고자 드론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월마트의 드론은 이스라엘 플라이트렉스가 개발한 것으로 최대 3kg까지 운반할 수 있다. 최장 비행 거리는 약 10km다. 월마트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 ‘월마트+’ 가입자에게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마트+는 연회비 98달러(약 11만6000원)를 내면 무료 배송, 식료품 당일 배송, 주유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멤버십 프로그램 ‘아마존 프라임’에 맞선 전략인 것이다. 톰 워드 월마트 수석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드론을 제어해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는 월마트 고객과 직원에게 귀중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쿠팡이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에 받게 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로 주가를 올렸다. 이후 ‘롯데ON’이 주문 후 곧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한 시간 내 배달’ 서비스를 내놓았다. ‘배달의민족’은 ‘초소량 번쩍배달 B마트’라는 이름으로 3600여 종의 신선식품을 1시간 내에 배달해 준다. 우유 1팩, 사과 1개처럼 초소량 배송도 가능하다.



< 매장 혁신 : 오프라인 매장의 색다른 디지털 경험 >
오프라인 매장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능과 소비자 체험을 다각화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 7월 중국 선전(深圳)에 럭셔리 업계 최초의 소셜 리테일 매장을 열었다. 소셜 리테일은 고객이 자기 경험을 공유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뜻한다. 버버리가 중국 정보기술(IT)업체 텐센트와 기술제휴를 통해 마련한 이 매장에서 고객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쇼핑을 도와줄 아바타가 상품을 안내한다. 탈의실을 예약해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볼 수도 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적립한 소셜 화폐를 이용해 독점 콘텐츠를 열람하거나 캐릭터를 꾸밀 수도 있다. 실제 환경과 소셜 공간을 오가는 몰입형 리테일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중국 선전에 실제 환경과 디지털 공간을 오가며 다양한 쇼핑을 경험할 수 있는 럭셔리 업계 최초의 소셜 리테일 매장을 열었다(왼쪽) (출처 :  버버리 제공)
나이키는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디지털 기술을 특화한 ‘나이키 라이즈(Nike Rise)’를 오픈했다. 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발과 다리를 스캔하면 AI가 알아서 크기에 맞는 상품을 제안한다(오른쪽) (출처 : 나이키)

나이키도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디지털 기술을 특화한 ‘나이키 라이즈(Nike Rise)’를 오픈했다. 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발과 다리를 스캔하면 AI가 알아서 크기에 맞는 상품을 제안한다. 매장을 찾기 전 원하는 상품을 찜해두면 방문 시간에 맞춰 피팅룸에 미리 준비해 두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매장 내 디지털 게시판을 활용해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 고객 요구에 맞춰 제품 기획-제작-판매하는 C2M >
최근 유통업계 화두는 소비자와 제조자를 연계하는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공급사슬 ‘C2M(Customer to Manufacturer)’이다. 기존의 ‘B2C(Business to Consumer)’는 기업이 기획·생산한 제품을 유통회사를 통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C2M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해서 수집한 소비자 의견을 제조공장에 전달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유통의 ‘시청자 게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2M 트렌드를 이끈 것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拼多多)’다. ‘핀둬둬’는 로봇청소기 제조사 ‘찌아웨이스’에 “고가형 로봇청소기가 아니라 바닥 먼지 흡입 기능에 집중한 저가형 로봇청소기에 대한 고객 수요가 있다”고 전달했고, 이에 찌아웨이스는 이 기능을 특화하되 가격은 대폭 낮춘 로봇청소기를 제작해 매출액을 50% 이상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 (출처 : 핀둬둬 제공)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 C2M 사례는 ‘단골공장’의 ‘소창행주’다. 단골공장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마케팅과 기획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업체다. 단골공장은 천연 소재 행주를 찾는 소비자가 적잖은 것을 파악하고 직물 공장 ‘연순직물’에 제안해 소창행주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장당 39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준비 물량 1800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소비자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품을 기획, 제작해 연달아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단골공장이 진행한 소창행주 크라우드 펀딩 모습. 목표를 11340% 달성했다 (출처 : 인터넷 캡쳐)




| 글 / 이노핏파트너스 윤정원 대표
| 정리 / 이노핏파트너스 마케팅팀
| 이 글은 '신동아' 2021.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