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1’의 화두는 ‘스마트시티’였다. 스마트시티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모빌리티 혁신’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스마트시티에서 모빌리티가 주목받는 이유는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안전과 편리함을 증진하고, 환경오염 및 교통난을 해소하며, 주택문제와 지역불균형도 완화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서다.
2020년 도요타는 자율주행차, 퍼스널 모빌리티, 스마트홈 등 여러 서비스가 어우러지는 실증도시 ‘우븐시티(Woven City)’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올해 초 후지산 인근에서 우븐시티 착공식도 열었다고 한다. 175에이커(약 70만8000㎡) 면적에 2000명 정도가 상주하는 ‘커넥티드 시티’를 목표로 하는 우븐시티에는 도요타가 개발한 무공해 자율주행차 ‘e-팔레트’가 주행할 차량도로, 보행자와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가 공존하는 산책로, 보행자 전용 공원 산책로 등 3가지 타입의 거리가 조성된다. 또 지하에는 연료전지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와 물류 자동운전 차량이 달릴 도로가 마련된다고 한다.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구글이 2018년 공개한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웨이모 원(Waymore one)’을 시작으로 로보택시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WeRide)’는 2019년 11월부터 1년 동안 차량 호출 앱과 연계해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했다. 약 14만7000회에 걸쳐 승객 6만 명 이상을 태웠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자동차 업체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차량에 엔지니어를 탑승시키는 반면, 이 회사는 돌발 상황을 5G 원격조정 시스템으로 해결한 게 특징이다.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가 개발한 ‘로보택시’(왼쪽)와 구글이 2018년 공개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원’(오른쪽) (출처:WeRide 제공, WaymoLLC 제공)
‘에어 택시(Air Taxi)’로 불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 카(Flying Car)’의 궁극적인 지향 또한 자율주행 무인 택시다. 고객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운전자 없이 최대한 빨리 수송하는 것이 에어 택시의 중요한 미션이다. 현재 미국 일부 도시와 호주 멜버른에서 시험 운행 중인 우버의 ‘벨 넥서스(Bell Nexus)’는 최다 4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241km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언택트 배송이 강조되면서 배송 로봇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GS리테일은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있는 GS25편의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로봇이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을 담당하는 건 LG전자의 ‘클로이 서브봇’을 기반으로 한 배달로봇 ‘딜리오’다. 해당 점포 직원이 주문 상품을 딜리오에 적재하고 고객 정보와 배송 목적지를 입력하면 로봇이 목적지까지 자율주행한다. 필요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직접 호출하며, 목적지에 다다르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린다고 한다.
공유 넘어 구독경제로
공유경제는 한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통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 여러 업체가 공유경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비대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엔 구독경제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2015년 4200억 달러에서 2020년 5300억 달러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CS의 전망이다.
모빌리티 산업에도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르셰, 벤츠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이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자동차를 구독하는 형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2014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동차 운행기록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연간 평균 729시간을 운전에 할애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729시간의 잉여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운전석에서 게임이나 넷플릭스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테슬라 (출처:Tesla 제공)
소유가 아닌 경험을 제공하고, 경험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유와 구독은 유사하다. 그러나 공유경제 비즈니스 구조의 키 플레이어는 ‘중개 플랫폼’인 반면, 구독경제는 ‘공급자’라는 점이 서로 다르다.
전기화, 전기에너지의 본격적 활용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블룸버그NEF)’가 펴낸 ‘전기차 전망 2021’에 따르면 무공해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시장의 4%에서 2040년 70%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NEF는 또 2050년 전기차 시장규모가 4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글로벌 연간 판매량 (출처 : 딜로이트 분석, 이노핏파트너스 재구성)
전기 자율주행 트럭 ‘팟(pods)’을 개발한 스웨덴 기업 ‘아인라이드(Einride)’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원격으로 자율주행 트럭을 운전할 기사’를 채용했다. 고령화와 물류 수요 증가로 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아인라이드에 따르면 원격 운전자를 활용할 경우 팟의 연료(에너지) 비용이 70% 줄어든다. 또 운전자 한 명이 차량 10대를 운행할 수 있어 인건비가 60% 절감되는 반면 생산성은 200% 높아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세계 각국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산둥성은 산업 중심지인 지난시 순환도로 가운데 2km 직선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매설했다. 태양광이 투명 콘크리트를 투과해 도로 아래 태양전지까지 도달하면 전기차가 주행 중 각종 센서를 이용해 충전하는 구조다. 국내 기업도 충전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정보기술(IT), 서비스업이 융합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 글 / 이노핏파트너스 윤정원 대표
| 정리 / 이노핏파트너스 마케팅팀